낡은 서울이 다시 사는 법, 도시 재생 정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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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낡은 공장 지대가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버려진 고가도로가 시민들의 녹색 쉼터로 변신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 있나요? 이는 단순한 리모델링을 넘어 도시의 역사를 보존하고 미래를 그리는 ‘서울 도시재생’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입니다. 다만 이 흐름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온 것이 아닙니다. 보존을 앞세운 시기가 있었고, 2021년 이후에는 다시 개발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갔습니다. 이 글에서는 2026년 6월 기준으로 서울 도시재생 정책이 걸어온 발자취를 연표와 함께 따라가 봅니다.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면 서울 도시 재생 공간의 전체 개요를 먼저 확인하면 좋습니다.
핵심 요약
- 1960~70년대 압축 성장이 남긴 노후 주거지와 도심 공동화가 출발점이며, 2005년 청계천 복원이 “허물고 새로 짓기” 일변도에서 벗어난 도심 공간 회복의 신호탄이 됨.
-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 제정으로 주민 참여와 보존 중심 패러다임이 공식화됐고, 2014~2020년 박원순 시정에서 창신숭인, 서울로7017, 세운상가 등으로 확대됨.
- 2021년 오세훈 시장 재취임 후 보존 중심 도시재생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신속통합기획 재개발과 녹지 확충 중심으로 기조가 바뀌어, 창신동 일대는 재개발로, 세운상가 일대는 단계적 공원화로 선회함.
- 도시재생 시대가 남긴 서울로7017,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문래창작촌은 2026년 6월 기준 여전히 방문 가능해 정책 논쟁의 현장을 두 발로 걸어볼 수 있음.
한눈에 보는 정책 연표
| 시기 | 사건 | 의미 |
|---|---|---|
| 1960~70년대 | 급속한 산업화, 판자촌 확산, 세운상가 등 도심 대형 개발 | 이후 모든 재생 논의의 출발 조건 |
| 2003~2005 | 청계천 복원 (2003년 7월 착공, 2005년 10월 개통) | 고가도로 철거 후 5.8km 물길 회복 — 도심 공간 회복 담론의 전사 |
| 2013 | 도시재생특별법 제정 | ‘재생’ 개념의 법제화, 주민 참여 보장 |
| 2014 | 창신숭인, 서울 1호 도시재생선도지역 지정 | 보존형 재생의 대표 실험장 |
| 2017 | 서울로7017 개장 (5월), 다시세운 공중보행로 개장 (9월) | 박원순 시정 도시재생의 상징 프로젝트 |
| 2021 | 오세훈 시장 재취임 (4월), 재개발 규제완화 (5월), ‘2세대 도시재생’ 발표 (6월), 도시재생실 폐지 | 보존 중심에서 개발 연계로 기조 전환 |
| 2025 | 창신동 일대 4,542세대 재개발 계획 발표 (7월), 세운지구 공원화 본격화 | 옛 도시재생 1호 지역의 재개발 전환 확정 |
| 2026 | 삼풍상가 일대 공원화 공사 착수 예정 (상반기) | 세운상가군 단계적 공원화의 첫 삽 (2026년 6월 기준) |
서울 도시재생의 태동: 시대적 요구와 초기 실험
오늘날의 세련된 재생 공간들의 뿌리는 어둡고 치열했던 과거에 닿아 있습니다. 압축 성장의 그늘에서 잉태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산업화 시대의 유산과 도시 문제
- 1960년대부터 급격한 산업화로 서울 인구가 폭증했고, 기반 시설이 감당하지 못하는 속도였음.
- 무허가 판자촌이 확산되고 기존 도심은 낡고 활기를 잃어감.
- 해법은 낡은 것을 무조건 허물고 새로 짓는 ‘전면 철거형 재개발’ 일변도였음.
- 그 과정에서 수십 년 된 동네의 역사와 공동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 반복됨.
초기 재생 운동의 씨앗
- 2000년대 들어 전면 철거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도시의 역사적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움직임이 등장함.
- 상징적 사건은 청계천 복원으로, 2003년 7월 착공해 2005년 10월 개통됐으며 고가도로를 걷어내고 도심 한복판에 5.8km 물길을 되살린 사업으로 약 3,800억 원이 투입됨.
- 같은 시기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는 2003년경부터 예술가들이 빈 공장 2층에 작업실을 꾸리기 시작한 행정이 아닌 자생적 재생의 대표 사례이며, 이곳 문래창작촌은 영국 타임아웃이 꼽은 ‘2025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6위에 오르기도 했음.
- 홍대 인근 낡은 주택가에 갤러리와 카페가 스며들며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 것도 같은 맥락임.
법적, 제도적 기반 마련과 주요 전환점
자생적 움직임은 곧 정책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도시재생특별법 제정의 의미
-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되어 한국 도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꾼 사건임.
- 물리적 환경 개선에만 초점을 맞춘 재개발에서 벗어나, 사회, 경제, 문화를 종합적으로 보는 ‘재생’ 개념을 공식 도입함.
- 핵심 키워드인 ‘주민 참여’와 ‘지역 자산 활용’에 따라 관 주도의 일방적 개발이 아니라 주민이 주체가 되어 점진적으로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 법적으로 보장됨.
- 2014년에는 종로구 창신동, 숭인동 일대가 서울 1호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되며 보존형 재생의 실험이 본격화됨.
박원순 시정의 도시재생 전략 (2011~2020)
- 박원순 시정은 뉴타운 출구 전략과 함께 보존 중심 도시재생을 시정 핵심 사업으로 삼음.
- 대표작인 서울로7017은 철거 예정이던 1970년 준공 서울역 고가도로를 녹색 보행로로 재탄생시켜 2017년 5월 20일 개장했으며, 이름의 70은 고가가 만들어진 1970년, 17은 재생된 2017년을 뜻함.
- 세운상가 일대에서는 ‘다시세운 프로젝트’로 2017년 9월 공중보행로를 되살리고, 보행데크에 청년 메이커 입주 공간(세운메이커스큐브)을 조성해 제조업과 스타트업이 공존하는 거점을 시도함.
- 각 지역의 고유한 산업, 문화 특성을 살리는 맞춤형 전략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된 시기임.
| 구분 | 전면 철거 재개발 방식 | 도시재생 방식 (2013~2020 주류) |
|---|---|---|
| 주체 | 공공기관, 대형 건설사 | 주민, 지역 공동체, 사회적 경제 주체 |
| 방식 | 전면 철거 후 신축 | 기존 자원 활용, 리모델링, 환경 개선 |
| 목표 | 물리적 환경 개선, 주택 공급 확대 | 공동체 회복, 지역 경제 활성화, 역사와 문화 보존 |
| 한계 | 젠트리피케이션, 원주민 이주 문제 | 주택 공급 부족, 노후 주거 환경 개선 효과 미흡 지적 |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 모델의 확산과 도전
법과 제도가 마련되면서 도시재생의 핵심 동력은 ‘주민’에게로 옮겨왔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동네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델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된 시기였습니다.

주민 공동체와 지원 체계
- 주민들이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동네 청소, 마을 축제, 지역 미래 계획을 함께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재생 사업의 일부였음.
- 서울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곳곳에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해 전문가 컨설팅과 행정 지원을 제공했으나, 2021년 정책 전환 이후 이 체계는 대폭 축소, 재편됨 (아래 참조).
-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책도 이 시기에 등장해, 건물주, 임차인, 지자체가 상생 협약으로 적정 임대료를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핵심 시설을 공공이 매입해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식 등이 나옴.
에디터의 꿀팁
재생 공간을 여행할 때 그곳이 살아있는 동네인지 가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화려하게 리모델링된 건물만 보지 말고, 골목에 붙은 마을 소식지나 커뮤니티 게시판,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협동조합 카페가 있는지 살펴보세요. 이런 흔적이야말로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공간이라는 증거입니다.
보존형 재생의 한계 — 창신숭인의 경우
- 창신동 일대는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됐다가 2013년 해제, 2014년 서울 1호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전환된 곳으로 한국 도시재생 정책 궤적이 압축된 동네임.
- 벽화, 공동체 시설, 봉제 역사 박물관 등이 들어섰지만, 정작 가파른 골목의 노후 주택과 좁은 도로 같은 물리적 주거 환경 개선 효과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누적됨.
- 이 한계 인식이 2021년 이후 정책 재전환의 주요 근거 중 하나가 됨.
2021년 이후: 재개발로 돌아선 무게추
2026년 시점에서 서울 도시재생 역사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한 변곡점은 2021년입니다. 이 해를 기점으로 ‘도시재생’이라는 말 자체가 서울시정에서 뒤로 물러났습니다.

무엇이 바뀌었나
- 2021년 4월 오세훈 시장이 재취임해 5월 재개발 규제완화 6대 방안을 발표하고, 6월에는 보존 일변도에서 벗어나 재개발 등 모든 사업 수법을 동원하는 ‘2세대 도시재생’으로 재구조화를 선언했으며, 도시재생지역 안에서도 재개발이 가능해짐.
- 같은 해 시 조직에서 도시재생실이 폐지되고 균형발전본부로 개편됐으며, 2022년에는 주거재생 기능이 주택정책실로 이관됨.
- 현행 주력 수단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을 지원해 구역 지정 기간을 5년에서 2년 수준으로 단축하는 재개발, 재건축 패스트트랙인 ‘신속통합기획’임.
- 창신숭인이 상징적 사례로, 옛 도시재생 1호 지역이 신속통합기획 대상지가 됐고 2025년 7월 창신동 23-606, 629 일대를 4,542세대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하는 계획이 발표됨 (일대 4개 구역 합산 약 34만㎡, 약 6,400가구 규모).
- 세운상가 일대도 방향이 전환돼, 상가군을 단계적으로 공원화해 종묘에서 남산까지 잇는 약 13.6만㎡(광화문광장 3배) 녹지축을 만드는 세운지구 재정비가 진행 중이며, 2025년 5월 삼풍상가의 시 매입이 확정됐고 2026년 상반기 삼풍상가 일대 공원화 공사 착수가 예정돼 있음 (2026년 6월 기준).
- 서울로7017도 재평가 대상으로, 개장 초 하루 3만 5천 명이던 방문객이 최근 1만 3천 명 안팎으로 줄면서 서울역 일대 재구조화 논의에서 철거안 포함 여부가 검토되고 있음 (2026년 6월 기준 확정된 바 없음, 정상 개방 중).
논쟁은 계속된다
- 전환 지지 측은 보존형 재생이 벽화와 앵커 시설로는 노후 주거의 안전, 주차, 기반 시설 문제를 풀지 못했고 주택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고 봄.
- 비판 측은 전면 철거의 부작용(원주민 이주, 공동체 해체, 획일적 경관)이 재현될 수 있고 10년간 쌓인 주민 참여 경험과 지역 자산이 사라진다고 봄.
- 분명한 점은 청계천(2005)도, 서울로7017(2017)도, 세운 녹지축(진행 중)도 각 시정이 도심 공간을 다시 쓰려 한 시도라는 연속성 위에 있다는 것이며, 평가는 여행자 각자의 눈으로 해볼 만함.
지금 가볼 수 있는 곳: 정책의 현장을 걷기
이 역사를 책이 아니라 두 발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서울 여행의 묘미입니다. 2026년 6월 기준 모두 무료로 방문할 수 있습니다.
- 서울로7017은 지하철 1, 4호선 서울역에서 바로 연결되며 상시 무료 개방으로, 고가 위에서 서울역과 남대문 일대를 내려다보며 ‘보존이냐 철거냐’ 논쟁의 현장을 직접 판단해볼 수 있음.
-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지하철 1, 3, 5호선 종로3가역에서 도보 약 5분 거리이며, 세운상가에서 청계상가, 대림상가로 이어지는 3층 데크를 걸으면 한쪽엔 1960년대 전자상가, 한쪽엔 공원화 예정지가 보이고, 단계적 공원화 일정에 따라 동선이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 서울시 발표 확인 권장.
- 문래창작촌은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에서 도보 약 5분 거리의 철공소 골목과 예술가 작업실, 카페가 공존하는 자생적 재생의 현장이며, 평일 낮에는 철공소가 실제로 가동되니 작업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매너 필수.
- 청계천은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인근 청계광장에서 시작해 물길을 따라 산책 가능하며 상시 개방됨.
서울 도시재생의 여정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현재의 삶을 보듬으며, 때로는 방향을 되돌리며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이 흐름을 알고 나면 서울의 골목길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정책 원문과 현황은 서울시 주거 포털의 도시재생 자료와 서울균형발전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 다채로운 재생 공간이 궁금하다면 서울 도시 재생 공간에서 더 많은 장소를 만나보세요.
